“양수발전소는 전력 수급 3분 대기조, 최후의 보루입니다.”
28일 오전 강원도 양양군 남대천 부근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사장 정재훈) 양양양수발전소. 고창석 양양수력발전소 소장은 “원전이나 석탄처럼 국내 전력의 기저가 되는 대용량 발전소는 아니지만, 대용량 발전소들이 하지 못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규모의 양양양수발전소는 25만KW급 4기가 운영중에 있다. 총 용량은 100만KW의 설비가 운영중이다.
◇ 전력계통 안정화 기능 및 불쏘시개 역할
양수발전소는 전력수요가 적은 밤과 새벽에 하부 댐에 있던 물을 상부 댐으로 끌어올린다. 그리고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시간에 전력을 생산한다. 하지만 단순히 급할 때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기능은 전력계통의 안정화다.
전기는 일정한 주파수와 전압이 유지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파수가 60Hz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이 될 수 있었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질 좋은 전기 즉, 안정적인 주파수와 일정한 전압 덕분이다.
고창석 소장은 “양수발전은 정지 상태에서 최대 출력까지 불과 3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원전 등 대형 발전소가 정지돼 갑작스럽게 부하가 변동됐을 때 신속하게 주파수 조절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양수발전소는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면 일종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전기 없이 가장 빠르게 전기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초기 전력을 생산해 다른 전력원들을 복구시키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홍보관을 지나 약 2km의 긴 지하터널을 통해 들어간 지하발전소에는 육중한 발전기 4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전력거래소에서 급전 지시가 내려지면 발전을 시작한다. 발전을 시작하면 발전기가 분당 600번의 회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한다.
발전소에서 나와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니 해발 937m에 위치한 상부댐이 모습을 나타냈다. 상부댐의 총 저수량은 500만톤, 하부댐의 저수량은 1000만톤 가량 된다. 특히, 하부댐과의 낙차가 819m로, 동양 최대를 자랑한다. 낙차가 크다보니 위치에너지의 차이가 커 발전효율도 좋다. 4기의 발전기로 총 100만kW의 설비용량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양수발전소이기도 하다. 이는 원자력발전소 1기와 맞먹는 규모다.
◇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 추진
우리나라 전체 양수발전소는 한수원이 운영, 관리하고 있다. 한수원에 따르면 국내 양수발전은 청평, 삼랑진, 양양 등 모두 7곳에 16기가 있다. 전체 설비용량은 470만kW, 국내 전체 발전 설비용량의 약 4%를 차지하고 있다.
한수원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을 추진한다. 그리고 최근 부지선정위원회 심사를 거쳐 발전소 후보지로 충북 영동, 강원 홍천, 경기 포천을 선정했다. 한수원은 3개 후보부지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정부에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 지정을 신청할 예정이며, 지정고시 후 부지별로 실시계획 승인 및 발전사업 허가를 받아 2029년에서 2031년 준공을 목표로 건설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양수발전소는 설비용량 면에서 그 비중은 작지만 다른 어떤 발전원보다도 큰 역할을 담당한다”며 “안전한 발전소 운영으로 안정적인 고품질 전기 공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