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5년마다 수립하는 에너지기본계획의 정부(안)이 확정됐다.
오는 2040년까지 신재생 발전비율을 최소 30%, 최대 35%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에기본 계획을 확정해 19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최종 공청회를 가졌다.
지난 박근혜 정권때 수립한 2차 에기본이 수요관리 중심이었다면 이번 문재인 정권의 에기본은 안전과 환경을 고려한 계획이라는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5년마다 수립되는 에기본은 정권이 바뀌면 전면 수정되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어 실효성 논란이 예상된다. 정권이 바뀌면 에너지정책이 180도 달라지고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성토이기도 하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일부 산업계를 제외하고는 원자력계 대부분이 참석해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회의장을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탈원전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지역주민들에게 전가되고 있고 원전 건설 참여기업, 중소기업들의 파산 위기를 적나라한 외침이 회의장을 가득 메웠다.
이런 가운데 산업부는 꿋꿋이 공청회를 진행했고 예정된 2시간이 지나자 산업부와 패널관계자들은 곧바로 회의장를 퇴장했다. 공청회가 끝나자 원자력정책연대가 기자회견을 시작하려 할 때는 회의장에 소등까지 된 상황이 벌어졌다.
산업부는 과거 2차 에기본이 안전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부정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민안전과 환경의 기본적 대안을 마련하고 수요관리도 실제 수요감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부는 총 76차례에 걸쳐 워킹그룹 회의를 가졌고 8개월간의 토론회, 간담회, 포럼 등을 통해 이번 에기본을 탄생시켰다고 설명했다.
◆에기본은 핵심은 안전과 환경?
에기본 계획의 핵심은 바로 수요전망이다. 이를 토대로 전력 및 가스수급이 마련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잣대가 된다. 3차 에기본에서는 총 에너지수요는 연평균 0.6%, 최종에너지는 0.8%, 최종소비원단위는 1.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최종에너지 소비를 BAU 대비 18.6%, 최종소비 원단위는 38%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본 방향을 보면 소비구조를 혁신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전환, 분산현, 참여형 에너지시스템 전환, 에너지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구축, 에너지전환을 위한 기반을 확충한다는 내용이다. 바로 문재인식 에너지전환을 골자로한 에기본이라는 설명이다.
에너지소비구조 측면에서 올 연말 녹색요금제를 도입하는 등 전기요금의 소비자 선택권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원가 및 외부비용 요금을 적기에 반영하고 주택용 계시별요금제, 녹색요금제, 수요관리형 요금제 등을 도입한다. 가스요금의 경우 연료전지용 요금을 신설하고 용도별체계를 합리화하고 발전사간 공정 경쟁을 위한 발전용 개별요금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가스공사가 가스도입을 하고 있고 일부 민간기업에서 가스를 직도입하고 있다. 가스시장은 최근 세일가스 등 가스시장이 변하고 있고 도입선별로 가격이 차이가 나는 만큼, 발전사들이 직도입을 추진할 경우 가격 차이가 발생해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즉 그동안 논란이 돼 온 발전사의 직도입 허용에 산업부는 부정적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발전용 개별요금제를 도입해 직도입을 막고 가스공사로부터 LNG를 구매하라는 것이다. 이 또한 정부가 시장 개입이라는 점에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3차 에기본 계획의 기본적인 방향은 신재생 확대다. 워킹그룹은 25~40% 수준을 제시했다. 25%를 넘어서면 계통한계점을 넘어설수 있어 최소 25% 수준이 유력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 그룹에서도 신재생에 35%를 넘어서면 계통 대응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는 2040년 OECD 평균이 28.6%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우리나라가 30%~35%로 설정한 것은 다소 무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거의 전량 에너지원을 수입하는 나라에서 자립적 에너지원을 30%를 수립한 것은 물론 긍정적이지만 실제 전력계통망 운영 등 국가 전력 믹스 차원에서 보면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정부안은 가스는 웃고 석탄과 원전은 울고 신재생은 활짝 피었다. 원전은 60년동안 단계적으로 감축해 주 에너지원에서 퇴출될 위기에 봉착했다. 여기에 신재생과 최근에 떠오르고 있는 신에너지원인 수소가 그 자리를 메울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발전그룹, 민간발전사 중심의 전력시장에서 연료전지, 열병합, 구역전기 등의 분산형 전원개발이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자가용 태양광, 가정·건물용 연료전지 등의 전력프로슈머 등장, 태양광, ESS,V2G 등 소규모 분산전원이 발달해 전력중개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재생에너지, 수소, 효율연계 등의 신시장 창출도 예상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탄소인증제를 도입해 중국산 등 외국산 판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는 한편 국내 기업을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다.
앞으로 수소차, 연료전지도 확대해 주 에너지원으로 부상시키겠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수소나 연료전지는 연료 확보와 경제성면에서 한계가 있고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춘 에너지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국민 세금을 쏟아 부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어 국민적 질타를 받을 것이 뻔한 상황이다.
3차 에기본이 전통 에너지원을 버리고 신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에너지전환 로드맵이라는 점에서 향후 들어가는 국민세금이 얼마나 될 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산업부는 에기본의 골격을 에너지전환을 위한 기반 구축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력시장, 가스시장, 열시장을 중심으로 제도적 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즉 전력시장의 경우 전통적 발전 방식에서 탈피해 친환경, 분산형으로 전환해 전력시장에서의 석탄과 원전을 퇴출하겠다는 것이다.
전원믹스에서 전통 발전방식은 이제 퇴출대상이다. 결국 비싼 연료를 들여서라도 국민의 안전과 환경을 고려하겠다고 한다. 그러면 국민들에게 전기요금은 더 낮춰줄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에너지전환으로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지난 해 한전은 1조1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2조4천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결국 한전은 유지관리비용을 대폭 줄여거나 삭감하는 등 적자를 메우는 경영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중소 협력업체는 파산, 인력감축 등 경영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회의장에 남은 원자력산업계 "집단 멘붕상황"
원자력 업계는 심각하다. 이날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방청석에 앉았다가 질의 응답이 시작되자 "정부의 탈원전으로 직원들이 직장을 잃고 협력업체도 부도로 거리로 내 몰리고 있다"며 정부의 탈원전을 즉각 중단하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사실 이날 회의장을 찾은 원자력업계는 거의 멘붕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원자력정책연대는 공청회가 끝나자 그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는 법을 위반한 날조된 것으로 에기본 무효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정부 항거를 시작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보였다.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도 이날 참석해 문재인식 에기본은 전면 무효라며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무조건 탈원전 정책을 밀어부치기식으로 진행한다면 촛불민심이 박근혜정권을 무너뜨렷듯이 탈원전 민심으로 문재인 정권은 무너질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원자력정책연대가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는과정에서 코엑스 401호 회의장은 순간 전기가 중단돼 깜깜한 어둠속에서 기자회견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언주 의원은 핸드폰의 라이트를 켜서라도 기자회견을 하겠다며 산업부가 당초 약속한 국민여론 수렴 절차를 무시한 행동은 결코 용납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연혜 의원은 자신의 질의조차 묵살하면서 무엇이 무서워 서들러 공청회를 끝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다소 격냥된 목소리를 냈다.
박상덕 서울대 교수는 행동하는 자유시민 기자회견문을 통해 헌법정신에 따라 국가에너지정책을 수립해 국민과 우리들의 지손에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확보할 것을 다짐한다며 이번 에기본은 에너지안보을 정부 스스로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강창호 원자력정책연대 법리분과위원장은 "정부의 이번 에너지기본계획은 원자력업계를 무시한 처사로 결코 두고 볼 수 없으며 에기본 무효를 위해 법 국민적 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산업부를 대상으로 법적 대응을 불사하고 반드시 정책연대 차원에서 에기본 취소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부의 제 3차 에너지기본계획(안)은 이번 공청회가 끝나면서 이제 에너지위원회, 녹색성장위원회, 국무회의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